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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아이의 실력보다 앞서간 어른의 욕망으로 학교가 무너지다

by 5914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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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은 단순한 교육 비리로 보기엔 너무 많은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시험지 한 장이 아니라, 한 학생의 삶, 그리고 그 주변 학생들의 신뢰와 교육 공동체 전체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이 글에서는 그 중심에 있는 한 여학생의 실력과 위치, 그리고 어른들의 개입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왜곡시켰는지를 조용히 짚어보려 합니다.

1.사건 개요: 시험지를 훔친 것은 어른들이었다

7월 4일 새벽 1시 20분, 퇴직한 전직 기간제 교사 A씨(31)는 경북 안동의 한 여고에 침입합니다.
그는 자신의 지문 인증 정보를 통해 교무실 문을 열고, 학생의 어머니 B씨(48)와 함께 기말고사 시험지를 열람하려고 시도했습니다.
CCTV 삭제는 학교 시설관리직원 C씨(30대)가 도왔습니다.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 B씨는 A씨에게 총 2,100만 원 가량을 제공했고,
  • A씨는 재직 중이던 시절 해당 학생을 과외해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 C씨는 CCTV 영상을 조작·삭제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입니다.

학교라는 가장 기본적 교육 공간 안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교사와 학생의 부모, 그리고 학교 내부 관리자가 함께 시험지를 훔치려 한 일은 단순한 '탈선'이 아니라 시스템적 신뢰 붕괴라 할 수 있습니다.

2.학생의 실력: 전교 1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간 이상 이었다.

초기 보도에서는 이 학생이 '전교 1등'이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표현에 선을 그었습니다.

"전교 1등은 아니었고, 중간 이상 정도였습니다."
"성실한 학생이었고, 과목에 따라 편차는 있었지만, 실력은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유출 없이 치른 이번 기말고사에서 수학은 40점, 윤리는 80점이라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극단적으로 낮거나 높은 성적은 아니었으며, 전형적인 중간권 학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정도 실력의 학생이라면, 정당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진학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왜 어머니는 이 아이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리기 위해 불법을 선택해야 했을까요?
그 불안과 조급함은 결국, 아이가 도달하지도 못한 목표조차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

출처 : 한강 신문

3.교실의 공기, 무너진 공정함: 학생들의 충격과 분노

이 사건의 피해자는 결코 그 학생 한 명만이 아닙니다. 같은 반 친구들, 같은 학년 학생들, 그리고 학교 전체가 공정함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같이 시험을 준비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에요."
"한 명의 성적이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그만큼 뒤로 밀렸던 거잖아요."
"이번에도 그런 거라면, 지난번 성적은 뭐였을까…"
"열심히 했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이런 학생들의 반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이유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집니다.
특히 수시 위주의 입시 구조에서는 한 문제, 한 등급이 전체 결과를 뒤흔드는 민감한 구조이기에,
한 학생의 부정이 단순히 '개인 일탈'로 치부되기 어렵습니다.

"그 학생의 성적이 올라가는 만큼, 누군가는 그만큼 떨어져야 하니까요."

[안동=뉴시스]경북도의회 교육위, 안동 시험지 유출 사건 긴급 현안 점검(사진=경북도의회 제공)

4.만약 들키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이 들키지 않았다면, 해당 학생은 명문대에 진학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어땠을까요?

  • 중상위권 실력으로 진입한 상위권 대학에서의 과제, 토론, 평가를 따라갈 수 있었을까요?
  • 그때도 어머니는 또다시 대필, 로비, 외부 도움을 찾았을까요?

이건 단순한 한 번의 부정행위가 아니라, 정상적인 성장을 왜곡시키고, 결과만 강요하는 환경을 만든 선택이었습니다.
실력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간 아이는 언젠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멈추거나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끝까지 어른들이 져야 합니다.

 

 

 

5.우리가 진짜 지켜야 했던 것은 무엇인가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학생은 시험지를 훔친 주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퇴학당했고, 모든 성적은 무효 처리되었으며, 입시에서도 낙오자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공범들이 선택한 결과를 이 학생 혼자 떠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굴 위해 그렇게까지 했습니까?
그리고 무엇을 지키려 했습니까?

아이를 위해 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아이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짓밟은 사람도 어른들이었습니다.

6.마무리하며: 시험지는 어른들이 훔쳤고, 무너진 건 아이와 학교였다

이번 안동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은 입시 비리를 넘어, 교육의 신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습니다.

  • 아이는 전교 1등은 아니었지만, 중간 이상의 실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고,
  • 어른들은 그 가능성을 믿고 지지하기보다는, 결과를 앞당기기 위해 불법을 선택했습니다.
  • 학교는 성실히 노력하던 다른 학생들의 정당한 자리를 위협당했고,
  • 교육은 또 한 번 공정함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시험지를 훔친 건 어른들이었고, 그로 인해 무너진 건 아이의 기회와 교실의 공기였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다시 바라보아야 할 것은 입시 제도 이전에, 아이를 지켜야 할 어른들의 판단과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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