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따라 흘러온 커피, 그리고 한국의 겨울 아이스커피
본문 바로가기
사소한 역사

역사를 따라 흘러온 커피, 그리고 한국의 겨울 아이스커피

by 5914 2025. 5. 26.
반응형

하루를 여는 커피 한 잔. 현대인의 삶에서 너무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이 익숙한 음료 뒤에는 오랜 세월과 문명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특히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술이 금지된 이슬람 문화에서 정신을 깨우는 음료로 자리 잡으며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은 커피가 어떻게 종교, 문명, 제국을 지나 한국인의 일상에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민족이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1.커피의 기원, 붉은 열매를 먹은 염소에서 시작되다

커피의 기원은 9세기경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염소치기 칼디(Kaldi)가 자신의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그 열매를 맛보았습니다. 곧 그는 그 열매가 주는 각성 효과를 체험하게 되었죠.

이후 커피는 이슬람 세계를 거쳐 본격적인 음료로 발전하게 됩니다. 종교와 정치, 문화의 수많은 전환점 속에서 커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되어갔습니다.

 

2. 술 대신 선택된 음료 – 이슬람과 커피

이슬람교는 경전 꾸란을 통해 술(알코올)을 하람(Haram), 즉 금지된 것으로 규정합니다. 술이 인간의 정신을 흐리게 하며, 기도와 도덕성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정신적 각성과 사교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커피였습니다. 커피는 정신을 맑게 하면서도 종교적으로 허용된 음료였기에, 이슬람 세계에서는 술의 대체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히 15세기 예멘의 수피즘(Sufism) 종파 수도자들은 밤새 기도와 명상 중 커피를 즐겨 마셨고, 이는 곧 종교적 수행의 일환으로 간주되었습니다.

 

3. 커피하우스와 문명의 전파

16세기 무렵,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카베하네(Qahveh Khaneh)’라 불리는 커피하우스가 등장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을 넘어, 문인, 지식인, 상인들이 모여 정치, 종교, 예술을 논하는 사교의 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커피 문화는 무역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의 살롱(salon), 영국의 커피하우스 문화로 이어지며 또 하나의 문명사적 전환점을 만들었습니다.

 

4.한국에서의 커피 – 양반문화의 끝자락에서 시작되다

한국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시기는 19세기 말 대한제국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종 황제가 아관파천 시절 커피를 처음 접했다는 기록이 유명합니다. 당시 커피는 ‘가비’ 혹은 ‘양탕국(洋湯菊)’으로 불리며 외국 문물을 대표하는 음료였죠.

이후 다방 문화, 프랜차이즈 붐 등을 거쳐 오늘날 커피 공화국, 한국이 되었습니다.

 

 5.아이스커피 – 겨울에도 얼음을 넣는 사람들

유럽이나 북미에선 아이스커피는 여름 한정 메뉴이지만, 한국에서는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외 매체들은 한국인의 아이스커피 사랑을 두고 “펭귄처럼 차가운 음료를 즐기는 민족”이라며 흥미롭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겨울에도 아이스커피 마시는 나’라는 태도가 자기표현과 일종의 문화적 아이콘처럼 굳어져 있다는 점은 한국 커피문화의 독특한 지점입니다.

 6.커피와 예술, 그리고 중독성

18세기 프랑스 살롱, 20세기 재즈클럽, 오늘날 독립책방과 카페까지. 커피는 항상 음악, 독서, 대화와 함께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중독성도 강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술이나 담배는 끊어도 “커피까지는 못 끊겠다”고 말하곤 하죠.

“아침에 커피부터 마시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혀요.”라는 말처럼, 문화적 의식과 결합된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7.그럼에도 사라지는 커피 매장들 – 그 이유는?

  • 경쟁의 과열: 프랜차이즈, 독립카페, 편의점 커피, 배달 커피까지 경쟁이 과도함
  • 비용 상승: 원두,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 급등
  • 인구 감소 및 유동 인구 변화: 지방 및 고령화 지역 중심의 소비 축소

커피 수요는 유지되지만,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부담이 커진 현실입니다.

 마치며 – 커피 한 잔 속에 담긴 문명의 층위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 오스만 제국의 카페, 유럽의 살롱, 한국의 겨울 거리가 모두 녹아 있습니다.

커피는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문화와 역사를 지나는 도구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