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쓰는 마우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못 벌었다는 이야기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도구, 바로 '마우스'입니다. 클릭하고, 드래그하고, 창을 닫고, 스크롤하는 모든 동작은 마우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너무 익숙해서 별생각 없이 쓰는 이 작은 장치가 사실은 컴퓨터 역사의 조용한 혁명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마우스의 발명과정과 그것이 세상에 등장했을 당시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발명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한 사람과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때로는 아무리 위대한 발명이라도 시기가 맞지 않으면 그 혜택이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는 씁쓸한 교훈과 함께요.
1. 마우스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마우스는 1960년대에 미국의 과학자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처음 개발했습니다. 당시 그는 컴퓨터와 인간이 더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 결과 마우스라는 장치를 고안해냈죠.
그의 초기 마우스는 나무로 만든 상자에 바퀴 두 개가 달려 있던 형태였습니다. 이 장치를 움직이면 화면 속 커서도 함께 움직이는 구조였죠.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원시적이지만,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획기적인 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컴퓨터는 여전히 전문가들만 쓰는 고가의 장비였고, 마우스를 필요로 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도 아직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이었습니다.
즉, 마우스는 너무 일찍 태어난 천재였던 셈입니다.
2. 그렇다면, 엥겔바트는 돈을 벌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요. 거의 한 푼도 벌지 못했습니다.
엥겔바트는 1967년에 마우스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1970년에 등록도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그 특허의 소유는 그가 일하던 스탠퍼드 리서치 연구소(SRI)에 있었고, 그는 연구소의 직원이었을 뿐입니다. 즉, 마우스 발명으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은 연구소의 몫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우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였습니다. 엥겔바트의 특허는 1987년에 만료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 마우스는 자유롭게 복제 가능한 기술이 되었고, 그 누구도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죠.
결국, 엥겔바트는 역사에 이름은 남겼지만,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비운의 발명가가 되었습니다.
3. 그렇다면, 누가 돈을 벌었을까?
마우스를 이용해 큰돈을 번 사람과 회사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 애플(Apple): 스티브 잡스는 1979년 제록스 연구소에서 마우스를 처음 접하고 큰 감명을 받아 이를 자사 제품에 도입합니다. 1984년 출시된 매킨토시(Macintosh)는 마우스를 기본 장착한 최초의 대중용 컴퓨터였고, 이는 GUI 기반 컴퓨팅 시대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윈도우 운영체제를 통해 GUI를 폭넓게 보급하며 마우스를 필수 도구로 만들었습니다. 윈도우 95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컴퓨터 사용자에게 마우스를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 로지텍(Logitech), HP,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부문 등: 다양한 마우스 모델을 만들어 판매하며 지금까지도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무선 마우스, 게이밍 마우스 등 세분화된 시장을 형성했죠.
이들은 모두 마우스라는 발명품을 실제 시장에 맞게 제품화하고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주체들입니다. 발명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팔 수 있게 만든 능력'이 이익을 가져다준 셈이죠.
4. 시기가 맞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엥겔바트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기와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가치는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만약 GUI 환경이 1960년대에 준비되어 있었다면?
만약 엥겔바트가 기술뿐 아니라 시장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마우스를 발명한 그가 수익도 함께 누릴 수 있었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발명은 앞섰지만, 수익은 늦게 들어온 이들에게 돌아갔습니다.
- 마우스는 1960년대에 이미 개발되었지만,
- 본격적인 대중화는 1980년대 GUI의 등장 이후였고,
- 발명자는 거의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했으며,
- 오히려 기술을 잘 활용한 기업들이 막대한 부를 얻었다는 점.
이 이야기는 단순히 마우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비슷한 운명을 겪습니다.
결국 좋은 발명은 타이밍이 맞아야 빛을 본다.
그렇지 않으면, 혜택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죠.
마우스를 사용할 때마다 한 번쯤은 엥겔바트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가 만든 이 작은 장치 하나가,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를 쉽게 다루는 기반이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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