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낯선 이름, 나혜석 — 사랑했고, 고백했고, 버림받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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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일제시대

지금도 낯선 이름, 나혜석 — 사랑했고, 고백했고, 버림받은 여인

by 5914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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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인이다. 내 욕정을 말살할 능력이 없었다.”

— 나혜석, 『이혼고백서』

한 여인이 있습니다. 100년 전, 조선과 근대 사이의 문턱에서, 그녀는 사랑을 했고, 예술을 했고, 그리고 이혼을 했습니다.

이름은 나혜석(羅蕙錫). 여성 인권의 선구자로 불리지만, 동시에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찜찜하게 하는, 복잡하고 낯선 여인입니다.

그녀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요? 왜 그렇게 버림받아야만 했을까요?

오늘은 그녀의 고백, 즉 『이혼고백서』를 중심으로 그녀가 택했던 삶과 그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나혜석, 시대를 거스른 여인

1910년대. 조선이라는 나라는 일제 강점기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여성은 여전히 ‘집안의 명예를 지키는 존재’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 시기에,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서양화 여성 화가가 되었고, 일본 도쿄여자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성의 권리를 외쳤습니다.

“여성도 인간이며, 욕망이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 권리가 있다.”
— 나혜석, 《여자도 인간이다》

그녀의 주장은 당시로선 너무 앞선 것이었고,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나혜석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결혼 후에도 그녀는 예술가로, 지식인으로, ‘한 남자의 아내’라는 틀에 갇히기를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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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랑이라는 이름의 파문

결혼 13년. 그녀는 남편 김우영과의 관계에서 점점 소외감을 느낍니다. 외교관이었던 남편은 프랑스 주재 시절, 자신의 외교 업무에만 몰두했고, 나혜석은 홀로 육아와 예술, 고립 속에서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다 그녀는 남편의 친구이자 정치가였던 최린과 사랑에 빠집니다.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녀는 이 관계를 ‘불륜’이라기보단 정신적 공감과 사랑의 발견으로 여겼습니다.

“그는 내 고독을 알아보았고, 나의 예술을 존중해주었으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곧 재앙이 되었습니다. 남편 김우영은 그녀를 이혼했고, 최린은 “정신적인 사랑이었다”고 주장하며 그녀를 철저히 부인했습니다.

3.『이혼고백서』 — 나혜석, 모든 것을 말하다

1934년. 나혜석은 세상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혼고백서》를 발표합니다.

이는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던진 반사회적 선언이었습니다.

“여성은 단지 정절이라는 하나의 덕목만으로 인간됨을 평가받는다.
나는 죄인인가? 그렇다면 왜 나만 죄인인가?”

이 글에서 그녀는 다음을 주장합니다:

  • 사랑은 인간의 본능이며, 남성만 누려선 안 된다.
  • 결혼은 한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는 제도이다.
  • 이혼 이후 여성은 생존의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이 글은 당대 지식인 사회에도 충격을 안겼고, 언론과 대중은 그녀를 조롱하고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4. 결국 그녀만 버림받다

사랑은 둘이 했지만, 그 책임은 오직 그녀 한 사람에게만 돌아왔습니다.

  • 남편은 고위 외교관으로 커리어를 이어갔고,
  • 최린은 정치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했으며,
  • 그녀는 화단에서도, 문단에서도, 여성단체에서도 ‘문란한 여자’, ‘도덕을 파괴한 여인’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당합니다.

심지어 『이혼고백서』는 ‘문란한 여자의 자기 합리화’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녀는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5. 나혜석의 마지막 — 너무나 쓸쓸한 죽음

그녀는 이후 자식과도 떨어졌고, 가족과도 단절되었으며, 예술계에서도 퇴출당했습니다.

서울 근교, 한강변의 쪽방. 그곳에서 병들고 가난하게, 사람들에게 잊힌 채, 무연고자 시신으로 발견된 그 해, 그녀는 1948년, 그렇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6. 결론 — 지금도 불편한,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여인

나혜석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했던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여성이고, 어머니였고, 예술가였으며,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존재였고, 사랑받고자 한 존재였습니다.

그녀의 사랑은 지금도 쉽게 용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외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던진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왜 여성의 욕망은 죄가 되는가?”
“사랑은 왜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이름을 가지는가?”

『이혼고백서』는 단지 이혼을 말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여성의 삶이 어떻게 사회에 의해 파괴되는가’를 기록한 슬프고도 정직한 자화상입니다.

끝으로 난 그녀가 결혼을 안했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까라는 의문을 갔지만 어쩜  이 의문도 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가능한  의문일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쩜 그 시대에는 여인들은 결혼이 선택이 아니라 집안과 사회적 강요로 필수적으로 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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