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궁궐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 인선왕후 처소를 뒤흔든 미스터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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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일제시대

"조선 궁궐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 인선왕후 처소를 뒤흔든 미스터리 사건

by 5914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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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깊숙한 곳, 왕의 어머니가 거처하는 대비전에 밤마다 괴이한 소리가 울린다.”
이 말이 조선 후기 한양 도성의 궁궐을 뒤흔들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궁궐에 나타났다는 소문. 그것도 임금의 어머니가 머무는 가장 신성하고 조용해야 할 공간, 대비전(大妃殿)에서 말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것이 단순한 민간 전설이 아니라는 것.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국가의 공식 기록에도 버젓이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 명의 여인이 있습니다. 숙종의 할머니, 인선왕후(仁宣王后)입니다.

1.인선왕후는 누구인가? 숙종의 할머니, 조선 궁중의 정신적 기둥

조선 제17대 왕 효종의 왕비이자, 제18대 왕 현종의 어머니, 그리고 숙종의 할머니였던 인선왕후는 숙종이 즉위한 이후 ‘대비’로 불리며, 궁중의 최상위 권위자 중 하나로 존중받았습니다.
숙종은 젊은 나이에 즉위하였기에, 인선왕후는 왕가의 어른으로서 궁중의 질서를 지키고 후손들을 이끄는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런 인선왕후의 거처에, 어느 날 갑자기 ‘도깨비’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2.조선실록이 증언하는 ‘도깨비 사건’

“대비전(大妃殿)에서 밤마다 괴이한 일이 벌어진다는 말이 돌았다.
궁인 중 일부가 도깨비를 보았다고 하였으며, 불안해하여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
대비께서도 이를 근심하셨다.”
— 《숙종실록》 숙종 17년(1691) 11월 1일

밤마다 들리는 이상한 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의 인기척, 환하게 번쩍이는 불빛… 궁녀들 사이에선 ‘도깨비를 보았다’는 증언이 잇따랐고, 궁 안은 순식간에 불안으로 가득 찼습니다.

 

3.유교의 나라 조선, ‘도깨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조선은 유교, 특히 성리학을 기반으로 나라를 운영하던 국가였습니다. 성리학은 귀신과 도깨비 같은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사람은 이성과 도덕으로 세상을 통치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궁인들이 겁에 질려 병이 나자, 일부 신하는 ‘대비전의 거처를 옮기자’는 의견까지 제시합니다. 그러나 쉽게 옮길 수는 없었습니다. 대비전은 국모(國母)의 상징적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4.인선왕후의 대응: “동요하지 않되, 조용히 정돈하다”

인선왕후는 놀랍도록 침착했습니다. 실록에서는 그녀가 “근심하였다”고 기록하지만, 공포에 휩싸이지 않았습니다. 거처 이전은 논의되었지만 실행되지 않았으며, 대신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합니다:

  • 궁인들의 재배치 및 휴식 조치
  • 야간 경계 강화 및 순찰 인력 보강
  • 궁녀들의 심리적 안정 유도

그녀의 조용한 리더십 덕분에 도깨비에 대한 소문은 점차 사라지고, 궁중은 다시 평온을 되찾게 됩니다.

5.도깨비는 진짜였을까?

이 사건을 현대 시각으로 해석해보면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집단 심리와 환각: 폐쇄된 공간 속 스트레스가 초래한 환시.
  2. 정치적 연막: 권력 다툼 속에서 발생한 혼란 유도.
  3. 사건 은폐: 불미스러운 궁중 사건을 덮기 위한 조작.

어떤 이유든 간에, 이 사건은 단순한 ‘도깨비 이야기’가 아닌, 당시 궁중의 정치·심리적 복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6.대비는 남고, 도깨비는 사라졌다

“괴이한 말이 더는 들리지 않고, 궁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 《숙종실록》 숙종 17년 말

인선왕후는 왕실의 중심을 지키는 인물로서, 혼란 속에서도 침착하게 궁중의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도깨비는 사라졌지만, 그녀는 왕가의 정신적 기둥으로 남게 됩니다.

7.궁궐도 무서울 때가 있다

요즘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조선 귀신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죠. 드라마 ‘귀궁’도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조선의 실록은 이미 300년 전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대비전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그 시절 대비전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건 정말 도깨비가 아니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참고 자료

  • 《조선왕조실록》 숙종 17년(1691) 11월 1일
  • 국사편찬위원회 디지털 실록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 문화심리학 연구: 궁중 괴이 현상과 집단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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