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산지와 품종, 빈티지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복잡함 대신 맛과 즐거움에 집중한 와인이 바로 스페인의 더 거브너 VIP(The Guv’nor VIP)입니다.
진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오크 풍미가 특징이라 스테이크나 바비큐 같은 육류와 잘 어울리고, 요즘들어 치키. 양념치킨이나 숯불치킨과 함께 즐기는 색다른 조합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브너 VIP가 어떤 와인인지, 왜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이 와인에 주목하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거브너를 만드는 회사는 어떤 곳일까?
거브너를 만드는 회사는 스페인의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Félix Solís Avantis)입니다.
회사의 시작은 1952년입니다. 창업자 펠릭스 솔리스 페르난데스와 아내 레오노르 야녜스가 스페인 발데페냐스로 이주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62년에는 마드리드의 병입 회사를 인수했는데 당시에는 와인을 나무통에 담아 운반한 뒤 사람이 직접 병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만든 와인을 작은 밴에 싣고 마드리드의 바와 식당에 직접 배달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재 펠릭스 솔리스는 135개국 이상에 와인을 판매하는 대형 가족 와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스페인 주요 와인 생산 지역 여섯 곳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창업가 3세대가 회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회사가 내세우는 철학 역시 분명합니다.
“좋은 와인은 누구나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목표입니다.
이 철학을 알고 보면 거브너 VIP의 가격과 성격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2. 거브너 VIP는 어떤 와인일까?
거브너 VIP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적포도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든 레드와인입니다.
그런데 한 지역의 템프라니요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리오하, 리베라 델 두에로, 토로 등 북부 스페인의 유명 와인 산지 세 곳에서 가져온 템프라니요를 블렌딩합니다.
이 점이 거브너 VIP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와인이라면 “우리 와인은 리오하에서 만들었습니다”라는 식으로 하나의 산지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브너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각 지역에서 좋은 것을 골라 섞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리오하 한 곳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여러 지역이 가진 장점을 조합해 거브너라는 하나의 맛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와인에는 특정 빈티지도 강조되지 않습니다. 거브너 VIP는 NV(Non Vintage) 제품으로 판매됩니다.


3. 실제 맛과 향은 어떤가?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맛입니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거브너 VIP의 중심은 검붉은 과일입니다.
향에서는 산딸기류와 바닐라가 먼저 느껴지고, 입안에서는 블랙체리, 붉은 자두, 블랙베리의 진한 과일 맛이 나타납니다.
여기에 오크에서 오는 고소한 향과 은은한 향신료가 더해집니다.
탄닌은 존재하지만 지나치게 거칠기보다 균형이 잡혀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풀바디에 가깝고 과일 맛이 풍부하며 여운도 비교적 긴 스타일입니다. 공식 권장 음용 온도는 14~16℃, 알코올 도수는 제조사 기준 13.5%입니다.
즉 아주 가볍고 새콤한 레드와인보다는
“진한 과일 맛 + 부드러운 바닐라와 오크 향”
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립니다.
디저트 와인처럼 단 와인은 아니지만 잘 익은 과일과 바닐라 향 때문에 와인 초보자에게는 약간 달큰하고 부드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4. 몇 년 숙성한 와인일까?
VIP라는 이름 때문에 오래 숙성한 와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VIP는 스페인의 공식 와인 등급이 아닙니다.
리제르바나 그란 리제르바처럼 법적으로 정해진 숙성 등급이 아니라 거브너 브랜드에서 기본 제품보다 상위 제품임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또 현재 제조사가 공개한 자료에는 거브너 VIP가 ‘몇 년’ 또는 ‘몇 개월’ 숙성됐다는 정확한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새 오크통과 이미 사용한 오크통을 함께 이용해 기본 거브너보다 숙성 과정을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일반 거브너 레드는 오크 숙성 3개월이라고 명확하게 소개돼 있습니다. VIP는 그보다 포도 선택과 오크 사용을 강화한 상위 제품이지만, 정확한 숙성 개월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VIP를 ‘몇 년 숙성한 고급 와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5. 거브너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이유
거브너 VIP의 매력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겹쳐 있습니다.
먼저 가격과 맛의 균형입니다.
펠릭스 솔리스 자체가 ‘좋은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을 가진 대형 생산자입니다. 유명 산지 한 곳의 이름이나 오래된 빈티지의 희소성을 앞세우기보다는 여러 지역에서 좋은 포도를 선택해 일정한 품질과 맛을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는 어렵지 않은 맛입니다.
블랙체리와 자두, 블랙베리 같은 진한 과일 향과 바닐라·오크 풍미는 전문적인 와인 지식이 없어도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음식과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공식적으로는 타파스, 숙성 치즈, 살코기와 육류 요리가 추천됩니다.
스테이크와 바비큐뿐 아니라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구운 닭고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고기 요리에도 적용하기 쉽습니다.
특히 양념이나 불향이 있는 치킨과 함께하면 ‘치킨에는 맥주’라는 익숙한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 색다른 조합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브너 VIP의 전체 매력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6. 와인 전문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와인은 아직도 ‘전문 매장에 가서 골라야 하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류 주문 서비스를 이용해 제품을 찾아보고 가까운 편의점이나 제휴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이 익숙해졌습니다.
거브너 같은 와인은 이런 소비 방식과도 잘 맞습니다.
와인 매장에서 수십 병을 앞에 두고 고민하지 않고, 먼저 가격과 맛, 후기를 확인한 뒤 거원하는 제품을 예약해 찾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방식에서는 전통적인 틀을 조금 벗어났고,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에서도 와인의 문턱이 낮아진 것입니다.
거브너 VIP는 복잡한 와인 지식이 없어도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페인 레드와인입니다. 진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오크 풍미, 육류와 잘 어울리는 맛에 접근하기 쉬운 가격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산지의 틀보다 맛에 집중했다는 점도 이 와인의 재미입니다. 평소 어렵게만 느꼈던 와인을 조금 편하게 시작해보고 싶다면 거브너 VIP도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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