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은 인공지능(AI)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누가 더 빠른 반도체를 만들고,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느냐가
국가의 힘을 결정짓는 시대가 되었죠.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거대한 기술문명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입니다.
1. 희토류란 무엇인가 – 기술문명의 혈액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금속 원소를 뜻하지만,
사실 지구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다만 다른 금속과 너무 섞여 있어서 정제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문제죠.
이 17가지 금속은
작지만 강력한 자기력, 형광성, 내열성 등의 특성을 지녀
스마트폰, 반도체, 전기차, 풍력발전기, 군수무기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곳에 사용됩니다.
💬 “AI의 두뇌는 실리콘이고,
AI의 심장은 희토류다.”
2.중국은 언제부터 희토류를 무기화했나
중국이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인식한 것은 1970년대 중반입니다.
내몽골 바오터우(包头) 지역에서 희토류 광물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중국 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이 정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죠.
1979년, 바오터우에 첫 대형 희토류 정제공장이 세워졌습니다.
당시 서방은 이 자원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이미 “이 금속이 미래의 석유가 될 것”이라 보고 있었습니다.
🗣️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 덩샤오핑 (1992)
이 한마디가 중국의 산업전략을 결정지었습니다.
이후 중국은 환경오염을 감수하면서도
저가로 대량 수출하며 미국, 호주, 캐나다의 광산을 문 닫게 만들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독점하게 됩니다.
3. 정제 기술이 만든 ‘보이지 않는 제국’
희토류 산업의 핵심은 ‘채굴’이 아니라 ‘정제(refining)’입니다.
채굴은 단지 땅을 파는 일에 불과하지만,
정제는 강산·방사능·중금속이 얽힌 복잡한 화학공정이 필요하죠.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정제 과정이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 강산(황산·질산)을 반복 사용 → 폐수 수천 톤 발생
- 방사성 원소(토륨, 우라늄) 노출
- 슬러지 매립으로 토양 오염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 지역엔 지금도
정제 과정에서 나온 폐액이 모인 거대한 ‘검은 호수(黑湖)’가 있습니다.
이 지역은 방사능 오염과 산성 폐수로 인해
농사가 불가능한 ‘죽은 땅’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중국은 그 대가를 감수했습니다.
그 덕분에 전 세계는 값싼 희토류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중국은 세계의 희토류 정제공장이 되었습니다.
4. 선진국들이 희토류 정제공장을 만들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왜 미국,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들은
자체적으로 정제공장을 세우지 않을까요?
돈과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1) 환경규제가 너무 엄격하다
희토류 정제는 강산과 방사성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환경법을 지키면 공장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폐수와 슬러지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생산비보다 더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마운틴패스(Mountain Pass) 광산이 2002년 폐광된 이유도
바로 폐수 누출로 인한 환경소송 때문이었습니다.
(2)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
중국은 저임금·정부보조금·느슨한 규제 덕분에
정제비용이 선진국의 3분의 1 이하입니다.
결국 미국이나 유럽이 자체적으로 정제해봤자
시장가격에서 중국산과 경쟁이 안 됩니다.
(3) 기존 정제 기술의 장악
중국은 수십 년간 축적한 분리·정제 기술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17개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하기 어려운데,
중국은 이 노하우를 국영기업 체제로 통제하고 있죠.
이 기술을 가진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입니다.
결국 선진국은 정제공장을 세우는 대신
‘환경친화적 재활용’이나 ‘희토류 대체 소재 개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즉, “공장을 짓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죠.
5. AI 시대, 희토류의 힘은 더 커진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AI를 돌리는 GPU, 전기차 모터, 로봇, 데이터센터 —
이 모든 하드웨어가 희토류 위에 서 있습니다.
- 반도체에는 세륨(Ce), 유로퓸(Eu)
- 전기차 모터에는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 로봇과 드론에는 사마륨(Sm), 프라세오디뮴(Pr)
- 광통신과 양자컴퓨터에는 에르븀(Er), 이터븀(Yb)
AI가 발전할수록,
즉 더 많은 기계와 전력, 더 정밀한 모터가 필요할수록
희토류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희토류 수요가 지금의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그 말은 곧,
AI 시대에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기술로 압박하면, 중국은 자원으로 맞서는 구조가
이제 완전히 고착화된 셈이죠.
6.희토류 없는 나라는 없다
현재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도
“희토류 없이 첨단산업을 완전히 돌릴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체소재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성능이 60~8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재활용(도시광산) 역시 전체 수요의 10% 정도밖에 채우지 못합니다.
결국 인류 문명은 여전히
희토류 위에서 돌아가는 기술문명인 셈입니다.
“AI의 두뇌는 실리콘 위에 있지만,
그 두뇌를 움직이는 혈액은 희토류다.”
7. 결론 – 보이지 않는 제국의 목줄
오늘날 중국은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정제·가공·수출까지
전 과정을 국가가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모두 이 자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반도체, 전기차, 로봇 —
우리가 ‘기술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 모든 흐름 뒤에는
중국의 바오터우에서 돌아가는 정제공장의 굉음이 있습니다.
💬 “AI 시대의 기술전쟁은 코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흙 속 금속을 누가 쥐느냐의 싸움이다.”
중국은 이미 그 금속을 쥐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숨은 무기, 희토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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