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는 어떻게 무너졌을까? 베네수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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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는 어떻게 무너졌을까? 베네수엘라 이야기

by 5914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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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베네수엘라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한때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곳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보면 말이에요.

1.천국 같았던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정말 축복받은 나라였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고, 천연가스, 철광석, 금까지 온갖 자원이 넘쳐나는 곳이었어요. 1970년대만 해도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쇼핑 여행을 다닐 정도로 잘 살았습니다. 당시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는 달러보다 가치가 높았고, 수도 카라카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고, 병원에는 의약품이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2.뿌리 깊은 문제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요? 단순히 운이 나빴거나 자연재해 때문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있어요.

먼저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석유에만 의존해왔습니다. 석유 값이 높을 때는 괜찮았지만, 다른 산업은 전혀 발전시키지 않았어요. 마치 한 가지 일만 잘하는 사람이 그 일이 없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모든 것이 뒤쳐졌어요.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예전부터 사회 불평등이 너무 심했습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부터 백인 엘리트들이 모든 것을 독점했고, 원주민과 혼혈 인구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독립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이런 구조는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소수의 부유한 가문들이 석유 수익을 독점하는 동안,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출차:우고 차베스(서울대저널)

3.차베스라는 희망과 절망

1998년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뀔 것 같았습니다. 차베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석유 수익을 빈민들에게 나눠줬어요. 무료 교육, 무료 의료, 무료 주택까지 제공했습니다. 쿠바에서 의사들을 데려와 빈민가에 병원을 짓고, 문맹률을 크게 줄였어요.

처음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빈곤율도 줄어들고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어요. 차베스는 대중들 앞에서 몇 시간씩 연설하며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외쳤고,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정치인이 아니라 구원자처럼 여겨졌어요.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석유 값이 높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차베스 정부는 주요 산업들을 국유화했는데, 전문성도 없는 정부 관료들이 기업을 운영하게 되면서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외국 투자도 끊겼고, 유능한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재정이 부족하니까 중앙은행에서 돈을 계속 만들어냈습니다.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10%, 20% 정도였지만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4.마두로 시대의 참극

2013년 차베스가 죽고 마두로가 대통령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마두로는 차베스만큼의 카리스마도 능력도 없었어요. 그는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복잡한 경제 정책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때부터 석유 값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2014년 배럴당 100달러 넘던 유가가 2016년에는 3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2018년에는 연간 인플레이션률이 100만 퍼센트를 넘었어요. 상상할 수 있나요? 아침에 1달러이던 빵이 저녁에는 10달러가 되는 상황입니다. 화폐가 완전히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어요. 사람들은 돈을 가방에 담아 다니고, 길거리에서 돈다발이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집권자 마두로

5.일상이 된 지옥

사람들의 삶은 지옥이 되었습니다. 슈퍼마켓에는 물건이 없고, 병원에는 의약품이 없고, 집에는 전기가 오지 않아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임산부들이 제대로 된 출산 시설을 찾지 못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19세기로 돌아갔습니다. 항생제가 없어서 간단한 수술도 할 수 없고, 마취제가 없어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실신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배가 고파서 말이에요. 교사들도 급여를 받지 못해 수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나서야 했어요.

6.대탈출

결국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약 700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났어요. 이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대부분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같은 인근 국가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어요.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어린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며칠을 걸어서 국경을 넘어야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의사, 교사, 엔지니어였지만 이웃 나라에서는 청소부나 노점상으로 일해야 했습니다.

현금을 인출하려고 긴 줄을 선 베네수엘라인들 [출처:연합뉴스 ]

7.국제사회의 압박

미국의 경제 제재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에 마지막 타격을 가했어요. 물론 제재 이전부터 이미 경제는 무너져 있었지만, 제재는 회복의 가능성마저 차단해버렸습니다.

마두로 정부는 이 모든 것이 미국의 경제 침략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문제의 뿌리는 훨씬 깊은 곳에 있어요. 부패, 무능, 권위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8.희미한 희망

지금 마두로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석유 외에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다른 자원으로 돈을 벌려고 하고, 외국 투자도 유치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일부 시장 경제 요소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신뢰입니다. 누가 이런 나라에 투자를 하겠어요? 언론의 자유도 없고, 법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부패는 만연해 있고, 정치적 불안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베네수엘라의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원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잘못된 정책이 한 나라를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말이에요.

특히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차베스의 정책들은 당장은 인기를 끌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라를 파탄으로 이끌었어요.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정치적 인기만 추구한 결과였습니다.

또한 민주주의 제도의 중요성도 느끼게 됩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베네수엘라가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도 베네수엘라에는 280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어요. 언젠가 이 나라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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