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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현감 시절, 실속 있게 백성을 돌보다.- 짧지만 깊었던 통치 조선 후기의 위대한 실학자 정약용은 우리가 흔히 학문과 저술 활동으로 기억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단지 글만 쓰는 이론가가 아니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방 수령, 즉 현감으로 일하면서도 누구보다 철저하고, 또 실속 있게 백성의 삶을 돌봤던 현장 행정가였습니다. 정약용의 현감 시절은 그 자체로 실학의 현실 적용이자, 조선 후기 수령 행정의 이상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1.곡산현에서의 첫 실험 — 직접 걷고, 직접 듣다1794년, 정조의 명을 받아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현의 현감으로 부임합니다. 곡산은 외지고 험한 산지가 많은 지역으로, 당시 조선의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보면 다소 소외된 고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약용은 이곳을 단순한 유배지처럼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곡산을 자신의 실학 사상을 현.. 2025. 6. 17.
마우스 발명자 엥겔바트 이야기, 애플·MS가 이득 본 이유 우리가 매일 쓰는 마우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못 벌었다는 이야기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도구, 바로 '마우스'입니다. 클릭하고, 드래그하고, 창을 닫고, 스크롤하는 모든 동작은 마우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너무 익숙해서 별생각 없이 쓰는 이 작은 장치가 사실은 컴퓨터 역사의 조용한 혁명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오늘은 마우스의 발명과정과 그것이 세상에 등장했을 당시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발명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한 사람과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때로는 아무리 위대한 발명이라도 시기가 맞지 않으면 그 혜택이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는 씁쓸한 교훈과 함께요.1. 마우스는 언제 만들어졌을까?마우스는 1960년대에 미국의 과학자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 2025. 6. 17.
신사임당, 율곡의 어머니가 아닌 그녀 자신의 예술가 이야기 “신사임당? 율곡 이이 어머니잖아.”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5만 원권의 얼굴이자, ‘현모양처’의 상징.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지혜로운 어머니.그녀의 이름은 언제나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에 덧칠되어 있습니다.하지만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은 단지 어머니였을까요?그녀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지키며 살았던 조선 중기의 ‘자기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었습니다.오늘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벗고, 그녀 자신으로 살아간 신사임당의 삶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1. 딸로 자라며, 세상을 배우다신사임당의 본명은 신인선(申仁宣)입니다. 그녀는 강릉에서 태어났고, 조부모와 외조부모의 손에서 성장했습니다. 특히 외할아버지 이사온은 학문을 중시하는 인물이었고, 여성에게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관.. 2025. 6. 15.
🇺🇸 트럼프의 롤모델, 잊혀진 대통령 윌리엄 맥킨리 – 관세로 제국을 세운 남자 “윌리엄 맥킨리는 과소평가된 위대한 대통령이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의 역사적 정당성을 설명한 인물이 바로 제25대 미국 대통령 윌리엄 맥킨리입니다.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자국 산업 중심 경제, 군사력 강화, 해외 팽창 전략까지… 정치철학의 많은 부분을 맥킨리의 노선과 유사하게 밀어붙였습니다.하지만 현대 미국인들조차 윌리엄 맥킨리가 누구인지, 어떤 정치를 펼쳤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고, 무엇을 바꾸었으며, 왜 지금에서야 다시 조명되고 있는 걸까요?1. 가난한 소년, 법조인이 되다윌리엄 맥킨리는 1843년 오하이오 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청년 시절 남북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변호사 자.. 2025. 6. 14.
“을사늑약은 조약이 아니었다 — 일본이 침략을 정당화한 첫 수” 역사는 기록이자, 증언이며 때로는 판단입니다. 1905년 11월 17일, 덕수궁 중명전에서 체결된 을사늑약(乙巳勒約)은 그 어떤 조약보다도 깊은 상처를 남긴 역사적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 조약은 단지 외교권을 빼앗긴 비극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불법적인 체결, 무력의 협박, 고종의 부재, 관리들의 분열, 순국과 배신의 선택이 얽혀 있습니다.오늘 이 글에서는 을사늑약이 왜 불법이었는지, 이 조약이 시대마다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 왜 고종은 서명하지 않았는지, 어떤 이들이 이에 맞서 싸웠으며 결국 조선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깊이 있게 다뤄보려 합니다. 1조약이 아닌 '늑약', 불법으로 탄생한 문서을사늑약은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 만든 문서입니다. 공식적으로는 ‘한일협상조약.. 2025. 6. 14.
“역사상 가장 잔혹한 여인? 피의 드라큘라, 바토리 백작부인의 진실인가~ "수백 명의 소녀를 죽이고, 그 피로 목욕을 즐긴 여인."바토리 에르제베트를 소개하는 이 한 줄의 문장은 수많은 다큐멘터리, 소설, 게임, 영화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그리고 지금도 그녀는 ‘기네스북에 오른 여성 연쇄살인범’이라는 말로 인터넷을 떠돌고 있습니다.하지만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그녀가 남긴 ‘피의 전설’이 모두 허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요.1.전설의 시작: 피의 목욕, 650명의 희생자헝가리의 귀족 여성, 바토리 에르제베트(1560~1614).그녀는 당시 유럽 귀족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고, 막대한 재산과 지식,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을 갖춘 여성이었습니다.그런 그녀가 남긴 전설은 끔찍합니다.하녀들을 고문하고, 손톱을 뽑고, 가위로 살을 잘라내고, 벌거벗긴 채 추운 밖에 세워 .. 2025. 6. 12.
“북한산성 6개월 완공의 비밀, 숙종과 대신들의 정치 밀당” 북한산은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오르는 인기 등산 코스입니다. 맑은 공기, 탁 트인 풍경, 그리고 도심과 가까운 접근성까지 갖춘 그야말로 ‘서울의 쉼터’죠. 그런데, 여러분이 자주 오르내리는 그 산 한가운데 거대한 성이 있다는 건 알고 계셨나요? 바로 ‘북한산성’입니다.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성이 무려 30년간 말만 무성하다가 단 6개월 만에 뚝딱 지어졌다는 것. 어딘가 수상하지 않나요? 그 이면에는 숙종과 대신들 사이에서 벌어진 아주 흥미로운 권력의 줄다리기가 숨어 있습니다. 1,성 하나 짓자는데 30년을 망설였다고?때는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나라에 무릎을 꿇은 뒤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왕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숙종은 결심합.. 2025. 6. 10.
6월 항쟁의 거리로 나온 넥타이 부대, 침묵에서 외침으로 1987년 6월 10일, 서울의 중심 종로 거리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용히 몰려들고 있었습니다.그들은 화염병도, 깃발도, 구호도 없이 등장했습니다.대신 그들의 손에는 서류가방이 있었고, 목에는 단정한 넥타이가 걸려 있었습니다.누군가는 퇴근하자마자 넥타이를 매단 채 걸어 나왔고,누군가는 점심시간을 빌려 동료들과 짧은 거리 응원을 마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그들은 1987년 6월 항쟁의 조용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바로 ‘넥타이 부대’였습니다.1. 시작은 참담함이었다 - 박종철, 그리고 분노로 번진 그날의 진실항쟁의 불씨는 1987년 1월 14일, 한 젊은이의 죽음에서 시작됐습니다.서울대학교 학생이었던 박종철 열사는 경찰의 고문 끝에 사망했습니다.처음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2025. 6. 10.
백골단 – 곤봉을 든 청년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게 한 자들 우연히 알게된 백골단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단어를 아는 이들은 치를 떨었고 잔인한 집단이라고 설명해주었지만 더 이상 그 단어를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단체가 무엇이길래 백골단이라는 단어 만으로도 치을 떠는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1.국가가 만든 익명의 폭력백골단은 1987년, 대한민국 경찰 조직이 내부적으로 만들어낸 사복 진압조직이었습니다.시위와 저항이 들끓던 시대, 정권은 ‘더 빠르고 더 조용하며, 확실한’ 진압을 원했습니다.정식 명칭도, 법적 근거도 없던 백골단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치안본부(현 경찰청)의 주도로 정보과·형사과·기동대 인원 중 체력이 좋고 판단이 빠른 경찰관들을 뽑아 조직했습니다.백골단의 임무는 간단했습니다.“시위대에 숨어들어, 주동자를 골라내어 때리고 끌고.. 2025. 6. 8.